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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지의 인생』 요시모토 바나나 ​ 58 나중에 엄마가 쓰던 그 향수가 프랑스에 갔던 누군가가 사다 준 선물이었다는 얘기를 듣고서, 오래도록 같은 향수를 찾았지만 결국은 찾지 못했다. 최근에 새로 생긴 가게에 우연히 들렀다가 어디선가 본듯한 병인데 싶어 집어 들어 보니, 그 향내가 났다. 가게 직원이 이 향수를 제조하는 브랜드가 최근에 일본에 들어왔어요, 프랑스에서는 옛날부터 유명한 향수예요, 하면서 내 팔 안쪽에 칙 뿌려 주었다. 나는 이십 년 만에 맡는 엄마 냄새에 그 자리에서 그만 울고 말았다. 그리고 사정을 알게 된 점원의 위로를 받으면서 그 향수를 사 들고 돌아왔다. ​ ​ ​ ​ 62 엄마가 돌아가셔서 인생이 전혀 달라지고 말았다는 것에, 어린 나는 정말 놀랐다. 마음 한구석에서는 그 놀람이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다. 아직도.. 2022. 12. 29.
좋았던 그림책 - 『그리고 사람들은 집에 머물렀습니다』 키티 오메라 (코로나 자가격리-_-), 『3 2 1』 마리 칸스타 욘센 아이와 함께 읽은지는 좀 됐지만 사진첩에 사진들이 남아있길래 기록해본다. ​ ​ 코로나 초기 미국의 키티 오메라 라는 사람이 페이스북에 올린 이란 시가 크게 유행했고 나중에 그림책으로도 출간됐다. 난생 처음 겪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자가격리를 생태적 전환으로 보고 이를 갬성으로 승화시킨 작품이랄까.. ​ ​ 그래서 사람들이 집에 있게 되자.. 서로의 말에 귀 기울이고 함께 책을 읽고 ​ ​ 자기 그림자와 만나는 사람도 있었고요 그렇게 사람들은 새로운 삶의 방식을 배우며 조용히 집 안에 머물렀지요 ​ ... 나도 그러고 싶다 ㅎㅎㅎ 깨끗하게 정돈된 집에서 조용히 머물며, 나의 그림자와도 만나보고, 차 마시며 책도 읽고ㅋㅋㅋ 하지만 애둘 자가격리의 현실은 절대 그렇지 못한 것.. 애들은 수영복 입고 날뛰고 집.. 2022. 4. 7.
강상중의 도시 인문 에세이 『도쿄 산책자』 나는 도쿄와 서울의 도시를 비교하는걸 좋아한다. 다른듯 너무나도 닮아있는 두 도시들에 얽힌 이야기나 역사에 대해 알게되면 마치 보물을 찾은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 시부야와 명동, 에비스와 서래마을, 롯폰기와 이태원,, 도쿄에 가고 싶다. ​ ​ 예전에 임경선 작가가 쓴 일본 여행기를 읽은 적이 있는데 그 책에 보면 강상중 교수의 도쿄산책자에 나온 도쿄 포시즌스 호텔을 일부러 찾았다는 부분이 있었다. 임경선 작가가 참고할 만한 이 책은 대체 어떤책일까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고 몇 달이 지난 오늘에서야 겨우 다 읽었다. 물론 재미가 없어서 그렇다는건 아니고 애둘 육아라 시간도 없었거니와 얇지만 문장 하나하나에 깊이가 있다보니 자꾸 공부거리가 생겨서ㅎㅎ 이 책은 재일 한국인 최초로 도쿄대학 정교수가.. 2022. 4. 3.
김영하 『여행의 이유』 ​ ​ 나 혼자 즐겨찾기 해 놓고 가끔 들어가서 읽는 블로그에 새 글이 없은지 오래 되었다. 무슨 일이 있으신걸까. 궁금하다. 재밌는 글 읽고 싶은데.. ​ 그럴 때 찾게 되는 김영하의 에세이.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 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그의 글. 툭툭 던지는 가벼운 문장조차 너무 재밌게 술술 읽힌다. ​ ​ 이 에세이는 알쓸신잡1~3 을 끝내고 나온 첫 책인데 알쓸신잡에서 김영하 작가님이 나온 부분만 두어번 더 모아 본 내가 느끼기엔 방송과 책에서 중복되는 이야기가 꽤 많다. 아마 방송에 출연하는 동안 이 책을 쓰시던 중이 아니었을까. ​ 이번 책도 재미있게 읽었다. 메모한 부분이 넘 많네ㅎㅎㅎ ​ ​ ​ ​ ​ ㅡ ​ ​ 9 나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추방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카드로 결.. 2022. 4. 2.
『퇴근 후, 캠핑』 - 꿀단지님의 첫 책 하이퍼리얼리티 블로그를 하고 있는 나와는 다르게 글도 사진도 예쁜 꿀단지님의 블로그. ​평소 블로그에 올라오는 사진도 멋지고, 글도 잘 쓰신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번에 첫 책이 나왔다고 해서 바로 읽어보았다. ​ ​ ​ ​ 주제는 캠핑🏕 나는 캠퍼 아빠를 둔 덕분에 어렸을 때부터 강원도 오지를 다니며 코펠에 밥을 먹고, 에어매트 깔린 리빙쉘에서 자고, 낮에는 사람없는 계곡과 바다에서 수영을 하며 여름 휴가를 보낸 캠퍼 2세대이다. 그러다보니 나에게 캠핑은 신비롭거나 새로운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성인이 된 후 캠핑 붐이 불 때도 꾸준히 호캉스파를 유지하고 있는데, 결혼을 하고 아이들이 커가니 나도 자연스럽게 캠핑에 관심이 생기게 되었다. ​ 이 책은 캠핑장 추천, 캠핑 장비에 대한 기초지식, 캠핑 요리 등을 .. 2021. 9. 5.
『임경선의 도쿄』, 『교토에 다녀왔습니다』 - 매우 사적인 여행 가이드북 ​ ​ ​ ​ 9 기억에 남은 호텔 조식은 딸아이가 아장아장 걸어다닐 부렵, 집 인근 남산에 있는 호텔에 갔을 때다. 때는 크리스마스인 12월 25일. (...) 한적하고 유유자적한건 조식 뷔페를 하는 일층 레스토랑 역시 마찬가지였다. 때가 때이니만큼 출장 여행자들도 없었다. 어젯밤 늦게까지 축제를 즐겼을 투숙객들이 아침 여덟 시에 내려와 아침을 먹을 리도 없었다. 레스토랑 안에는 축제 다음 날 아침 특유의 아련하고 나른한 공기가 떠돌았고, 창밖에는 며칠 동안 내린 눈이 쌓여 있었다. (...) 아마도 이 레스토랑이 이토록 고요하기까지 한 분위기를 풍기는 날은 일년 중 단 하루, 크리스마스날이 아닐가. 우리 세 식구는 그 속에서 천천히 음식과 풍경을 음미하며 가장 크리스마스다운 크리스마스를 맞았다. ​ .. 2021. 6. 12.
아람 자연이랑 vs. 그레이트북스 놀자 / 영유아 자연관찰 전집 비교 3살부터 많이들 들이는 유아 자연관찰 전집. 우리 첫째는 딸이라 그런지 3살 정도 되는 이른 시기부터 창작이나 명작같은 이야기책에는 관심이 정말 많았는데 동물이나 식물에는 영 흥미가 없었다. 그러다 30개월 이후부터 조금씩 자연에 대해 궁금해하길래 이참에 자연관찰 전집을 비교해봤다. ​ 아기 전집을 몇 번 사 보니까 이것도 년도별로 유행이 있는 것 같은데, 아무래도 요즘 제일 핫한 전집은 아람 자연이랑, 그레이트북스의 놀라운자연. ​ 블루래빗, 교원, 키즈스콜레 등 다른 출판사도 있긴 하지만 나는 아람이랑 그레이트북스만 비교한 후 지역 서점에서 구입했다. ​ 참고로 3~4세 영유아 자연관찰 전집 잘 읽히고 난 후 아이가 5살 유치원생 즈음 되면 좀 더 글이 많고 세세한 여원미디어 자연관찰을 많이 들인다고.. 2021. 4. 23.
읽은 책 읽을 책 (2021.4.19) 돈지랄의 기쁨과 슬픔 / 신예희 소소하게 찬란하게 / 오지영 걷는 사람 하정우 ​ ​ ​ 임경선 태도에 관하여 / 임경선 교토에 다녀왔습니다 / 임경선 ​ ​ ​ ​ 일본 임경선의 도쿄 남편이 일본인입니다만 / 케이 도쿄 소나기 / 윤손하 도쿄 마실 / 정꽃보라 정꽃나래 소소동경 / 정다원 ​ ​ ​ ​ 빌린 책과 빌릴 책 나의 도서관 산책 기록 ​ 2021. 4. 21.
『소소동경』 (2018) / 다이칸야마가 그리운 날에 호주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던 저자가 교환학생으로 도쿄에 와서 그대로 취업까지 하며 4년간 머물며 경험한 도쿄의 일상을 보여주는 책. 여행이 가고 싶어서 도서관에서 여행 에세이 코너를 두리번 거리던 중 야구 시합을 찍은 사진을 보고 아, 이 책은 진짜 일본을 아는 사람이 쓴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빌려봤는데 좋았다. ​ 작가가 찍은 고퀄리티 사진과 글이 잘 어우러지는 에세이. 진짜 살아본 사람만이 아는 일본 특유의 정서. 나도 일본을 잘 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런 책을 읽다보면 내가 알고 있는 일본은 극히 일부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서 코로나가 끝나서 여행가고 싶다. ​ ​ ​ ​ ​ & 책 속에서 요즘(?) 핫한 작가 임경선. 다른 책을 빌려볼까 하다가 마침 도쿄와 교토에 대해 쓴 책이 있길래 함께 들고.. 2021. 4. 21.
김영하 『오래 준비해온 대답』 (2020) / 김영하의 2009년도 시칠리아 여행기 ​ ​ ​ ​ ​ 41 "그럼 혹시 그동안 가고 싶었던 곳 없었어요?" PD가 물었다. "시칠리아요." 마치 오래 준비해온 대답 같았다. 그 자리에 앉기 전까지는 나는 한 번도 시칠리아에 가겠다는 생각을 진지하게 해본 적이 없었다. 거긴 어쩐지 내가 영원히 갈 수 없는 곳, 그린란드나 남극같은 곳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내 입에서 나도 모르게 시칠라아라는 말이 튀어나온 것이다. ​ ​ ​ ​ ​ 21 나이 마흔에 나는 모든것을 다 가진 사람이 되어 있었다. 국립예술대학의 교수였고 네 권의 장편 소설과 세 권의 단편소설집을 낸 소설가였고 라디오 문화프로그램의 진행자였고 한 여자의 남편이었다. 서울에 내 이름으로 등기된 아파트가 있었고 권위있는 문학상들을 받았고 서점의 좋은 자리엔 내 책들이 어깨를.. 2021. 4. 17.
김영하 『보다』 & 복복서가 김영하 작가가 보고 듣고 경험한 것에 대해 글로 표현한 것들을 모아놓은 책. 초판은 2014년도지만 21년 2월 말에 『보다』, 『읽다』, 『말하다』 세 권을 모은 『다다다』 가 출간됐다. 한 마디로 오래 됐지만 동시에 가장 최근에 찍혀져 나온 김영하의 글인 셈. ​ ​ 글 잘 쓰는 작가의 책은 술술 읽히면서도 남는 문장이 많다. 이 책에서는 , 등 김영하식 영화 해석이 특히 좋았고, 복잡한 상황을 간단한 사물에 빗대어 잘 표현하는 작가이기 때문에 글이 기발하고 참 재밌다는 생각을 여러 번 하며 읽었다. 마치 나만 알고 있는 글 잘 쓰는 한 남자의 블로그를 우연히 알게 돼서 처음부터 끝까지 열심히 읽은 듯한 기분. 가볍고도 즐거운 독서를 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 ​ ​ + 그리고 복복서가 이야기.. 2021. 3. 6.
히가시노 게이고 『살인현장은 구름 위』 (1989) / 여행을 못 갈땐 방구석에서 여행책 읽기 ​ 내가 제일 좋아하는 추리소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 전개도 빠르고, 문체도 가볍고, 소재도 신선해서 히가시노의 소설은 연달아 몇 권을 읽어도 질리지가 않는다. 요즘 코로나로 여행을 못 가니 방구석에서 여행책이나 읽고 있는데, 이 책은 1989년에 나왔던 오래된 추리소설이지만 최근(이라고 해봤자 2019년)에 국내에서 출판됐다고 해서 빠르게 읽어보았다. ​ ​ 『살인현장은 구름 위(殺人現場は雲の上, 1989)』 는 외모도 성격도 정 반대지만 늘 함께 다니는 절친인 A코와 B코, 두 승무원이 비행을 하는 도중 승객과 관련된 살인사건을 접하며 사건의 전말을 추리해나가는 내용이다. 실제로 히가시노의 두 누나 중 한 명이 스튜디어스라 소재로 삼아서 썼다고 한다는데 그래서 그런지 외모도 출중하고 마음씨도 곱고.. 2021.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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