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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투어

by 이제이제이 2024. 3.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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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투어 / 작가 김순근

여행지를 소개할 때 가장 고민하는 것은 '감정'이다. 어떤 사람은 신문에 소개된 여행지를 보고 찾아갔으나 막상 가보니 기사 내용과 느낌이 다르다며 투덜거렸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똑같은 풍경이라도 사람에 따라 감상 포인트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여행지를 소개할 때마다 미사여구의 화려한 수사체보다 무미건조하지만 사실적인 묘사를 하려고 노력한다. 현장에 대한 평가는 독자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 영화 속 장소를 찾아 떠나는 여행기는 정말 많다. 영화도 보고싶고, 여행도 가고싶고, 책도 읽고 싶은 날에는 아얘 이런 영화+여행책을 읽는데, 그간 읽었던 여행기 중에서 가장 형용사가 적은 책이었다. 위의 글은 본문으로 들어가기 전, 작가의 말에 써 있던 구절인데 그렇다면 이 책은 작가의 의도와 정확히 맞아 떨어진다. 시월애의 무대가 된 강화 석모도를 방문하고, 뭐 '그 날의 온기가 느껴졌다'느니, '시간을 초월한 외로움을 느끼게 해 주는 나무' 라던지... 라는 말이 없어서 좀 더 객관적으로 어떤 곳인지 알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참 좋았다. 담담하게 설명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글을 읽고 있으면 '당신도 이 곳에 와 본다면 참 좋을텐데요' 라는 여운까지 느껴졌다.

  1. 영화 '시월애'의 감동이 깃든 석모도

시월애는 우도와 석모도에서 대부분 촬영하였는데 '알 마레'는 강화도 서쪽 끝에 있는 외포리 포구에서 페리호를 타고 10여 분 정도 더 가면 닿을 수 있는 석모도 갯벌 위에 지어진 집이다. 건축법상 갯벌에는 건물을 짓지 못하게 되 있었지만 강화군은 앞으로 큰 관광 자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임시 건축 허가를 내줬다. 영화가 크게 흥행하면 철거하지 않고 놔둘 계획이었지만 2000년 가을 태풍 '프라피룬'이 석모도를 관통하면서 '일 마레'는 폐허로 변했다. 현재 유일한 영화의 흔적은 집 입구 우체통이 서 있던 나무 뿐이다.

 

2. 드라마 '모래시계'가 낳은 명소 정동진

 

정동진. 바다와 가장 가까운 역, 조선 시대 한양의 광화문에서 정 동쪽으로 내달으면 닿게 되는 바닷가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정동진은 SBS TV드라마 '모래시계'에서 고현정이 학생운동을 하다가 경찰의 추적을 받자 피신해 와 있던 바닷가 마을이다. 모진 해풍에 한쪽으로 기운 한 그루 소나무와 파도가 넘쳐흐를 듯 바다와 맞닿아 있는 철길, 하얀 포말을 일으키는 바다. 드라마 속 절박한 상황과는 달리 이 장면이 무척 낭만적으로 비춰졌다. 고현정 뒤에 서 있던, 한쪽으로 기울어진 소나무는 일명 '고현성 소나무'로 불리며 연인들의 단골 사진 촬영 장소가 되었다.

'가을동화'는 강원도 고성, 속초, 양양, 대관령, 경북 예천, 평창 휘닉스파크 등 많은 곳을 오가며 촬영했다. 이중 여행자로서 인가를 끌고 있는 곳은 고성의 화진포와 잼버리장 억새, 속초 아바이 마을, 양양 상운 폐교와 여운포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 지역은 7번 국도 주변에 있어 한번의 여행으로 모두 둘러볼 수 있는 테마 여행 코스로 적격이다.

20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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