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위를 살펴보면 국내 유명 그림책 작가들이 10위 안에 대거 이름을 올렸다. 스테디셀러 그림책 '괜찮아'의 최숙희 작가가 2위를 차지했고, '구름빵', '달 샤베트' 등으로 유명한 백희나 작가가 3위에 올랐다. '지원이와 병관이 시리즈' 고대영 작가와 ‘강아지똥'을 쓴 고 권정생 작가도 5위와 8위에 선정됐다.
출처 : 가장 인기있는 유아·어린이책 작가는 누구일까
https://www.yna.co.kr/view/AKR20140430130000005
우리나라 인기 그림책 작가를 꼽으라면 언제나
열손가락 안에 들 것 같은 백희나, 최숙희 작가.
요즘 그림책에 진심인 호이웃님 덕분에 한국의 그림책 작가들에도 관심이 생겨서 아이와 함께 여러권 읽어보았는데, 이미 스테디셀러이고 너무나도 유명한 작품들이지만 추천하고 싶은 그림책과 그렇지 않은 그림책이 확연히 나뉘어서 기록해보기로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백희나 작가의 그림책은 완전 추천, 최숙희 작가의 그림책은.. 앞으로 더 읽을 일은 없을 것 같다. 이유는 아래에.
백희나 작가 그림책
《이상한 엄마》, 《장수탕 선녀님》, 《달샤베트》, 《알사탕》, 《어제저녁》
백희나 작가는 구름빵 저작권 사건 때문에 처음 알게 된 작가이다. 나는 이 사건으로 신인 작가들이 아이돌 처럼 출판사와 말도 안 되는 불공정 계약을 맺을 수 밖에 없는 불편한 현실을 알게 되어 구름빵과 관련된 2차 저작물을 보는 마음이 불편했고, 그래서 작가의 다른 그림책들도 찾아 읽을 생각을 못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어느 날 첫째랑 소아과에 갔다가 우연히 책꽂이에 꽂혀있던 백희나 작가의 《이상한 엄마》 를 읽었는데, 아이가 집에 돌아와서도 '이상한 엄마 이야기 해줘', '이상한 엄마 책 또 읽고 싶어' 여러 번 말하길래 그 이후 백희나 작가의 다른 책들을 읽어보게 되었고 작가 특유의 따뜻하고 섬세한 시선에 반해서 매번 감탄을 하고 있다.
📔 《이상한 엄마》 / 책읽는곰, 2016 👍🏻👍🏻👍🏻👍🏻
호호가 열이 심해 조퇴를 했다는데 엄마는 회사에 있고 집에는 아무도 없다. 호호엄마는 급하게 친정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하는데, 지지직 거리는 잡음과 함께 전화를 받은 것은 바로 선녀님이었다!
‘아이가 아프다니 하는 수 없지,
좀 이상하지만 엄마가 되어 주는 수밖에.’
선녀님은 쿨하게 구름을 타고 아이 집으로 날아간다.
백희나 작가는 그림 대신 직접 점토로 인형을 빚고 세트장, 소품 등을 직접 만들어서 사진을 찍기 때문에 같은 그림책 한 권을 만들어도 다른 작가들에 비해 품이 몇 배나 더 들 것 같다.
우리 첫째는 요즘 디즈니 프린세스에 푹 빠져서 예쁘고 아름다운 주인공만 좋아하고 있는데, 그런 우리 딸이 이렇게 으스스하고 못생긴 모습의 인물들이 나오는 동화책에 푹 빠진게 정말 신기했다.
엄마 대신 찾아온 선녀님이 호호를 보살펴주는 따뜻한 스토리도 좋았고 궁금증을 자아내는 마지막 페이지까지 넘 좋았던 그림책. 한 번 읽었을 때 보다 두 번 세 번 읽었을 때 더 좋았다.
📔 《장수탕 선녀님》 / 책읽는곰, 2012 👍🏻👍🏻👍🏻👍🏻
《이상한 엄마》 에 등장한 선녀님과 똑 닮은 선녀님이 등장하길래 우리 애 취향저격이겠다 싶어서 보여줬는데 아니나다를까 아이가 너무 좋아했다.
백희나 작가의 그림책은 동화 전반적으로 따뜻한 분위기가 흐르는데 여기에 약간의 반전이 포함되어 있어서 마지막까지 이야기가 힘 있고 흥미진진 해지는 것 같다.
📔 《달샤베트》 / 책읽는곰, 2014 👍🏻👍🏻👍🏻
무더운 여름 밤, 더위에 달 마저 녹아버렸다.
똑 똑 똑 녹아버린 달 물로 샤베트를 만들어 마을 사람들이 함께 나누어 먹는 이야기.
한여름에 읽었으면 그 재미가 배가 됐을텐데 벌써 가을이라 약간 아쉽다. 이 책 역시 약간의 반전이 있고 그림 한 장 한 장 모두 독특하고 아름답다.
📔 《알사탕》 / 책읽는곰, 2010 👍🏻👍🏻👍🏻👍🏻
🍁 빨갛게 노랗게 나무들이 알록달록 옷 갈아입은 요즘같은 단풍철에 읽기 정말 딱인 그림책!
한창 사회성이 키워질 무렵인 4~6세 아이들, 소심한 아이들에게 읽어주기 좋다. 친구를 좋아하는 우리 첫째도 어쩔 땐 친구들이 자기 장난감 만지는걸 싫어하고 혼자 노는걸 원할 때가 있는데 아이와 이 책을 함께 읽으면서 의미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 가족은 아직도 단풍 구경을 못가서 이렇게 책으로나마 단풍구경을 했다🍂
📔 《어제저녁》 / 책읽는곰, 2014 👍🏻
한 장의 기나 긴 종이로 만들어진 독특한 책.
구성이 특이해서 신선하긴 했는데 4~5세 아이들이 이해하기에는 약간 어려운 것 같다. 더군다나 이웃과의 왕래가 거의 없는 요즘같은 세상엔 더욱.
그래도 이웃들과의 연결고리를 느낄 수 있는 따뜻한 그림책임은 분명하다!
최숙희 작가 그림책
《모르는 척 공주》, 《엄마의 말》
📔 《모르는 척 공주》 / 책읽는곰, 2012
최숙희 작가의 그림책은 깔끔하고 완성도 높은 그림, 선명한 색감과 귀여운 캐릭터가 특징이라고 하는데 이 책 역시 그렇다.
이 책의 주제는 엄마아빠의 부부싸움.
육아를 하다보면 의도치않게 아이 앞에서 남편과 말다툼을 할 때가 생기는데^^; 그 때마다 아이의 마음이 걱정되기도 했고 이걸 어떻게 아이에게 설명해줘야하나 약간의 고민이 있었다.
그러다 이 책을 알게됐는데 엄마아빠가 부부싸움을 하고 난 다음 날 냉랭한 기운이 도는 집 안에서 혼자 조용히 블럭쌓기를 하던 '모르는 척 공주'가 비슷한 일을 겪은 다른 친구들을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아이랑 함께 이 책을 읽으며 엄마 아빠는 왜 그랬고 지금은 어떤지 이야기를 하면 더 좋을 것 같았고.
아니 그런데 책의 첫 장면..
아야기의 도입이 너무 비슷했다. 앤서니 브라운의 《숲 속에서》 랑.
그림책에서 이 정도의 유사성은 용인될 수 있는 것인가? 동화책의 표절 기준이 궁금해지는 책이었는데 나같은 느낌을 받은 사람들이 또 있나 찾아보던 중, 작가가 쓴 다른 두 권의 책도 표절 논란이 있었고 작가도 인정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좋은 것을 보면 그게 내 아이디어였음 좋겠고, 가질 수 없다면 비슷하게라도 만들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실망스럽긴 했다.
https://www.hani.co.kr/arti/culture/book/710301.html
[단독] 베스트셀러 작가 최숙희 ‘열두 띠 동물…’ 표절 시인
일본 그림책 ‘이나이 이나이 바아’에서 “콘셉트 가져와” “무명 때 출판사 편집자가 ‘제안’…뒤늦게 사죄 드린다” ‘강물을 삼킨 암탉’도 “좋아한 작가의 표현 기법 차용” 최 작가
www.hani.co.kr
📔 《엄마의 말》 / 책읽는곰, 2014
'이번 작품은 작가 자신의 어머니와 이 땅의 모든 엄마들에게 바치는 그림책입니다. 저마다 소중한 꿈을 품었을 우리 어머니들의 어린 시절, 가족을 위해 바친 삶과 그사이에 일어난 아픔들, 그리고 자식들을 세상으로 떠나보낸 뒤 다시 나 자신으로 돌아온 노년의 새로운 삶'
이 책은 내용이 참 아이와 함께 읽기 애매했는데 나중에 책 소개를 찾아보니 엄마들을 위한 그림책이라고 되어 있었다.. 말 그림을 보면 고인이 된 김전선 작가님이 떠오른다. 아 이건 표절과 상관없이 내 개인적으로 김점선 작가님에 대한 팬심으로.
+
얼마 전 《어린이와 그림책》 (마쓰이 다다시 지음, 이삼금 엮음) 을 읽었는데 귀여운 그림체의 책을 지양하는 내용이 있었다.
동글동글, 토실토실, 작은 몸, 큰 머리.. 그림책 속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유아의 모습입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이 모습은 부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인공적인 귀여움이지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모양은 있되 생명이 없기 때문입니다. 실체가 없는 그림자 같습니다.
그림책의 그림이 귀여워야 한다는 생각은 언제부터 생긴걸까요. (...) (70년대 이후) 예쁘고 귀여운 그림책은 어른들 사이에서 호평을 받았고, 특히 어린이를 가장 잘 아는 엄마들과 선생님들에게 환영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엄마와 선생님들은 귀여운 그림책을 골라 아이들에게 주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의문이 생깁니다.
'과연 당사자인 어린이도 귀여운 그림책을 원할까?
· · · ·
어린이는 보통 빨리 커서 어른이 되고 싶어합니다. 더 힘이 세지고 더 키가 컸으면 합니다. (...) 무엇이든지 더 잘하고 혼자 할 수 있기를 원합니다. 건강하고 미래지향적이지요.
'귀엽다'라는 이미지나 감정은 어른의 것이며 과거지향적입니다. 지나간 어린 시절에 향수를 느끼는 어른들에게 '귀엽다'는 느낌은 달콤하고 감상적이죠. 귀여운 그림책을 어린이에게 제공하는 일은 어른들의 자기만족적 감상에 지나지 않습니다.
요는..
- 귀여운 이미지를 반복해서 어린이에게 강조하는 것은 어린이의 성장에 마이너스가 된다
- '어린이가 귀엽다' 라는 생각은 어른들의 일방적인 관점이지, 어린이 자신은 자기가 귀여운 존재라고 인식하지 않는다.
- 예쁘고 귀여운 책에 현혹되지 말아라.
- 그럼 어떤 그림책을 골라야 하냐
: 작가의 '흔들리지 않는 세계'를 기백있게 표현한 그림책. 인간과 자연을 꿰뚫는 눈으로 진실을 표현한 그림책.
그렇다고 함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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