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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 만한 인간』 박정민 - 배우 박정민이 직접 읽어주는 박정민의 에세이

by 이제이제이 2024. 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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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전환에는 노래보다 책이다.

기분이 꿀꿀했던 어느 날, 책이 보고 싶어서 출근길 밀리에서 이 책을 틀었다.

배우 박정민이 쓴 에세이, 쓸 만한 인간.

어디서 이 책 꽤 재밌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오디오북을 설마 작가 본인이 읽어줄 줄은 몰랐지!!! 왜 이렇게 웃긴거야ㅋㅋㅋ

내가 하도 재밌게 들어서 남편이랑 퇴근 같이 하는 날 뒷부분 또 같이 들었는데 남편도 푸하하..ㅋㅋ

역시 배우라 그런지 낭독에 연기가 약간 들어가니 글이 더 실감나게 느껴졌다. 간만에 즐거운 책을 만나 좋았네.

아직 중반부 읽고/듣고 있는 중이지만 넘 재밌어서 기록해본다.

의미있었던 구절도 많은데 차차 추가해야지.

 

“너 같은 놈 많이 봤어. 발 좀 담그는 척하다가 다 없어져.”

최고다라는 말보다는 어쩌면 그 말이 더 큰 거름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혹시나 일터에 후배가 있다면 아껴주길 권한다. 안 그러면 그들이 오기로 당신들을 짓밟을지도 모를 일이다. 되도록 후배들에게 경어체를 사용하고, 웬만하면 싸움도 져줘라.

“내 친구가 그쪽 사촌 형이에요. 유을상이.”

신사의 나라 영국에 내리자마자, 신사의 나라니까 무단횡단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내 옆으로, 밥 먹듯이 무단횡단을 하는 열댓 명의 신사들을 보며 충격받은 기억을 잊을 수가 없다.

이 사람이 한국에서 배우인데, 장근석 친구야.

난 10분 만에 오사카 관광객에서 연기 전공 학생을 거쳐 〈파수꾼〉에 나온 이제훈 팬을 지나 장근석의 친구가 되었다.

“목이 마를 때 물을 생각하듯이, 자연스럽게 다가올 그 때를 기다려. 충실히, 성실히, 절실히. 길게.”

서른일곱 살의 박원상(선배님)이 스무 살의 내게 해주셨던 말씀이다. 술 먹고 하신 말씀이라 본인은 기억 못하시겠지만, 당시 그 말에 용기를 얻은 배우 지망생 박정민은 아직도 그 문장을 마음에 품고 지낸다.

이 외에도 술 먹고 하신 말씀이 몇 있는데 “너 잘해라. 내가 지켜보겠어.” 혹은 “즐겁게 해라. 즐겁게 해야 한다.” 혹은 “나 버리고 먼저 가. 난 더 마실게.” 그래서 홍대에 고이 버려드리고 먼저 도망쳤다. 나같이 말 잘 듣는 후배도 드물다.

새해에는 조금 더 건강해지시고 나이스해지시기 바란다. 결단력 있는 한 해가 되시길 바라고 끝은 창대한 해가 되시기 바란다. 주변에 떠나는 사람이 없기를 바라고 사기당하지 않기를 바란다.

어느 철학자의 말을 빌리자면 죽지도 못하는 상태가 ‘절망’이라고 한다. 그 사내에겐 아무도 없고, 아무것도 없다. ‘죽어야 한다.’가 아닌 ‘살고 싶다.’라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이 사내는 죽지도 못하는 ‘절망’의 상태에 있다.

요지는 책을 읽자는 거다. (...) 책을 통해서라면 아버지를 이해할 수도 있고, 좌절한 자를 사랑할 수도 있고, 형사가 되어 범인을 쫓을 수도 있고, 헤어진 연인과의 기적 같은 재회도 가능하다.

명절 때 고향에 내려가면 큰어머니들이 “우리 정민이는 인물이 훤해. 잘생겨서 좋겠다.”라고 습관처럼 그 실언들을 내뱉지만 않으셨어도 본인은 이 자리에 없었을 거다. 그리고 그들은 지금 “솔직히 정민이가 잘생긴 건 아니지. 연기파지 연기파.”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찌질하다의 반대말은,

찌질했었다.

라고 할 수 있겠다.

나는 천천히 가는 스타일이야.

- ㅋㅋㅋㅋㅋ

뭐 어쨌든 《상실의 시대》는 그렇게 내 손으로 들어왔다. 젊은 날의 슬프고 감미롭고 황홀한 사랑 이야기라는데, 영 모를 일이었다. ‘젊은 날’, ‘슬프고’, ‘감미로운’, ‘사랑’, 이 네 단어를 책에서 발견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그리고 결국엔 내 인생의 베스트셀러 중 한 권으로 책꽂이에 꽂혀 있다.

난 그렇게 사랑에 있어 ‘상실’을 겪을 때마다 이 책을 집어 든다. 책이 너덜너덜해진 걸 보면 참 많은 걸 자주 ‘상실’한 모양이다. 아니 그냥 내 인생이 ‘상실의 시대’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책을 보며 생각한다. 그래, 이런 게 사랑일 수도 있겠다.

“박정민 씨, 어디가 불편하세요?”

“이러이러 저러저러 증상이 있는데요.”

“혹시 어렸을 때 어머니에게 구속을 많이 받았나요?”

‘!’

한 삼십 분을 그 자리에서 울었던 것 같다. 말도 제대로 못하고 계속 눈물만 흘렸다. 시간이 흘러 좀 진정을 하고 의사 선생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의가사제대를 하겠냐는 의사의 권유도 있었지만, 얼마 남지 않은 군 생활이었다. 그렇게 약을 조금씩 먹어가면서 버틴 군 생활은 어느새 끝이 보였고, 전역을 했다.

“그 병이 정민 씨가 사는 데 있어서 나쁘지만은 않을 겁니다.”

며칠 전, 엄마의 엄마가 돌아가셨다. (...) 엄마는 자기 엄마가 죽었는데 아들의 눈치를 봤다. 미안했다. 시발. 내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생각에 화도 조금 났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사실보단 엄마가 걱정돼서 달려간 홍성의 장례식장에는 아직 가족들이 많이 와 있지 않았다. 엄마는 울지 않았다. 이상했다. 왜 울지 않지. 마음 정리가 벌써 된 건가. 원래 어른은 그런 건가, 생각이 드는 중에 이모들이 도착했다. (...)

엄마의 엄마도 많이 힘들었겠지 싶었다. 어쩌면 우리 엄마보다 더 힘들었겠지. 자식들을 데리고 전쟁도 피해야 됐을 테고, 그렇게 파괴된 국가에서 자식을 길렀어야 했을 테고, 군사독재국가에서 한정된 자유 안에 살았어야 하는 그 상황에서 엄마의 엄마는 엄마를 위해서 많은 걸 바쳤겠지 싶었다. 엄마는 미안했을 거다. 영정사진에 대고 미안하다고 하는 엄마의 마음은 진심이었을 거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며 미안한 내 마음도 진심이었을 테고, 그 마음을 이젠 좀 덜 가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미안할 짓 좀 그만하고 살아야 되겠다는 결심이다.

- ㅠㅠ 이 부분 들을 때 눈물이 앞을 가려서 힘들었다

배우가 이 영화는 내가 주인공이니까 내 거야, 혹은 감독이 이건 내가 만드는 거니까 내 영화야 하는 순간 영화는 없다는 것이다. 소유하려 들면 안 되고 나눠야 한다는 말씀이었다. (..)

미처 알지 못했던 감독님의 의도와 눈에 띄는 성과가 없던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의 욕심이 부딪치면서 어떤 감정이 치밀었다. 반성과 책임감과 부담과 또 어떤 것들이었다. 아니, 솔직하게 말하겠다. 그 감정의 대부분은 부끄러움이었다.

이 시대가 편집의 시대고 무관심의 시대다. 비단 영화나 TV프로그램뿐만이 아니다. 우리 삶 깊숙이 파고들어와 있다는 거다. 상대의 말을 편집해서 듣고 어떠한 상황을 오역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또래의 친구들이 하나둘씩 장가를 가고 자신과 닮은 아이를 낳고 각종 SNS에 애 사진만 올린다. 이 애가 훗날에 자기 사진을 무단 도용한 부모의 애스타그램을 발견하곤, 복수의 아빠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어 노인이 된 힘없는 아빠의 사진을 마구 올려댈 것이다. 그 정도로 여과 없이 참 많이도 올린다.

- 푸하하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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