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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중심 서사가 사실상 모두 종결된 뒤에 영화는 마치 사족처럼 육 년 전의 시점으로 돌아가 이자성의 옛 모습을 보여준다. 살육을 저지르고 난 후 밝은 태양 아래에서 너무나 환하게 활짝 웃는 장면은 난데없이 섬뜩하다. 그 웃음이 이 영화를 이자성의 시점에서 다시 보게 만든다. 영화 내내 희생자처럼 보였던 그가 이 모든 일의 주체였을지도 모른다는 것, 모든 일을 이미 저지르고도 시침 뚝 떼고 있는 대중의 무의식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 웃음은 조용히 암시하고 있었다.
- 김영하 산문집 『보다』 중에서
김영하 작가의 산문집 『보다』 를 읽고 있다. 김영하가 본 책, 영화 등에 대한 에세이집인데 그 중 영화 <신세계>에 대한 김영하식 해석이 신선해서 영화를 다시 봤는데 정말 명작은 명작이었다. 두 조직 사이에서 옴짝달싹 하지 못하게 묶인 이자성의 처지나 그를 위해 심어진 아내, 선생, 후배 등 주변 인물들, 이자성을 처리하지 않고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정청.. 시작부터 끝까지 촘촘하게 짜여 있어 나는 단 한 순간도 긴장을 놓을 수 없었던 영화였다.
김영하 작가의 말대로 이자성은 정말 이 모든 일의 주체였을까? 이자성의 시점에서 영화를 다시 봤지만 나는 아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조직이 시키는 불합리한 상황 속에서 갈등하고 괴로워하지만 뼛속까지 악인이라기보단 눈 앞에 닥친 현실을 아슬아슬사는 그냥 평범한 남자가 아니었을지..
그보다 이 영화 속 이자성 정말 멋있었다.
내가 나이가 들었나 이정재 연기도 잘 하고 엄청 멋있네...
+
잘생김의 원조 이정재
오빠 얼굴에 김 묻었어요
- 어디어디??
잘생김이요 헿헿헿
- 와하하하 퍽퍽
잘생김의 원조 이정재. 당시 팬의 센스있는 칭찬과 호탕한 이정재의 반응이 시너지를 일으켜서 큰 화제가 됐고 덕분에 배우 이정재 호감도도 올라갔다. 후에 이 레전드짤을 만들어준 팬에게 이정재가 식사대접도 했다고.
++
이 영화는 <악마는 보았다>, <부당거래>로 빵 뜬 박훈정 각본가가 직접 메가폰을 잡고 연출한 두 번째 영화인데 내가 영화사에서 잠시 일했던 2010년도에도 영화사가 가장 공들이는 작가 중 한명이었던 기억이 난다. 최근에서야 작가 이력을 찾아봤는데 정말 특이했다. 의대생 - 몇 차례 유급 - 군대 - 부사관 지원 - 중사로 전역 - 먹고 살기 위해 영화를 보며 시나리오 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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