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이튿날 밀리로 들은 책.
퇴근길 올림픽대로가 곳곳이 통제라 서부간선 타고 남쪽으로 쭉 내려왔는데 차가 어찌나 막히는지 5시에 퇴근했는데 5시 40분이 넘도록 지하철 한 정거장 밖에 못 왔다. 이나모리 가즈오의 <왜 일하는가>를 열심히 듣다가 '왜 나는 일하고 나와서까지 일 하는 이야기를 듣는 것인가!!' 하는 생각에 재생을 멈추고, 평소라면 절대 읽지 않을 것 같은 책을 하나 골라 듣기 시작했다.
바로 대학내일 편집장이었던 장문정님의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사실 난 이런 류의 베스트셀러를 매우 싫어하고ㅋㅋ 무례한 사람에게 별로 타격 안 받는 성격인데다 + 안하무인에게 안하무인으로 돌려주는 것이 별로 어렵지 않아서 이 책에 흥미도 호감도 없었는데 뭔가 이런 날 라디오처럼 가볍게 듣기에 적당한 것 같아서 재생을 시작했다. 오 그런데 목소리가 한승연이네*_* 내용도 완전 꿀잼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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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껜 미안하지만 처음엔 책이 좀 우스웠다.
친구들끼리, 동료들끼리 말로만 했던 쓰잘데 없는 이야기들을 책으로 써냈다는게 너무 신선했고 (아니 이런 말은 보통 수다로만 떨지 않나? 이걸 굳이 글로 적어서 책으로 냈단 말야?ㅋㅋ느낌)
그런데 좀 더 듣다보니 작가의 통찰력이 느껴지고, 또 들으면 들을 수록 작가의 조언이 매우 실용적인 것이다!!
책에는 무례한 사람에게 받아치는 법, 의도를 알 수 없는 질문을 받았을 때 대답하는 법 등이 나오는데, 주변에 무례한 말들로 쉽게 상처를 받거나 험한 말을 듣고 난 후 감정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있다보니 그들에게 당장이라도 이 꿀팁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의미있는 책이었다.
지친 퇴근길에 라디오 듣듯이 가볍게 듣기에 정말 좋은 책인듯 ㅎㅎ 한승연이 읽어주는 오디오북 추천합니다+_+
ㅡ
예를 들어, 누군가 의도를 알 수 없는 질문을 던졌을 때는 섣불리 대답하지 않는 것이 좋다. 친하지 않은 사람이나 상사에게 갑자기 “요즘 바빠?” 하는 질문을 받았을 때는 “아, 과장님이 더 바쁘실 것 같은데요. 요즘 어떠세요?” 하고 대답하는 것이다. 그러면 보통 상대는 여기 답하면서 자신이 질문한 의도를 함께 말하기 마련이다. (...) ㅋㅋㅋㅋ바로 써먹어봄
질문자의 의도를 곧바로 알 수는 있지만 대답하기 불쾌한 경우에는 딴청을 부리는 것도 방법이다. 예를 들어 “너 페미니스트지?” 하는 질문을 받았을 때 “네”, “아니요” 같은 대답부터 하지 않고 “페미니스트가 정확히 무슨 뜻이에요?” 또는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하고 물어보는 식. (...) ㅋㅋㅋ꿀팁ㅋㅋ
질문자의 의도를 모르더라도 대답하기 꺼려지는 질문, 논쟁이 예상되는 질문에는 그저 들어주기만 하는 것도 방법이다. 어차피 모든 사람과 토론을 할 수는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니?”, “최저 시급이 오른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니?” 같은 질문을 친분이 없는 사람에게 받았을 때는 그저 대화의 공을 상대에게 넘겨주자. 보통 상대가 나를 훈계하거나 떠보려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그쪽으로는 별로 생각을 안 해봤어요” 하고 나의 패를 내보이지 않는 선에서 끝내는 것이 대화를 빨리 종료하는 기술이다.
미셸 오바마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그들 부부를 공격하는 트럼프의 행태를 간접적으로 비판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들은 저급하게 가도, 우리는 품위 있게 갑니다(When they go low, we go high).”
질문자가 가만히 있었는데 그 사람이 쓰레기를 던졌어요. 그러면 쓰레기인 걸 깨달았을 때 그 자리에서 쓰레기통에 탁 던져버리면 됩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그 쓰레기를 주워서 1년 동안 계속 가지고 다니며 그 쓰레기봉투를 자꾸 열어보는 거예요. ‘네가 어떻게 나한테 쓰레기를 줄 수 있어’ 하면서 그걸 움켜쥐고 있는 거죠. 그 사람은 그 쓰레기를 버리고 이미 가버렸잖아요. 질문자도 이제 그냥 버려버리세요.”
‘너는 쓰레기를 줬지만 나는 받지 않았어.
그럼 그건 네 거지 내 것이 아니야’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누군가 그 선을 넘었을 때 경고하는 것은 언어 폭력에 대처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식이다.
-김숙처럼, "상처주네?"
1. 문제가 되는 발언임을 상기시켜주기
- 최대한 건조하게 "당사자가 들으면 상처받겠네요", "제3자가 듣는다면 오해하겠는데요?"
2. 되물어서 상황을 객관하하기. 상황을 이해못 한 사람처럼 천진난만하게
- "저 사람은 얼굴이 참 이타적이네" → "못생겼다는 뜻이죠?"
3. 상대의 단어를 그대로 되돌려주기
- “영감탱이는 욕이 아니라 친근한 표현이라서 쓴거야” → “저도 선배를 친근하게 영감탱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4. 무성의하게 반응하기. 육아의 내버려두기 처럼.
- ㅎㅎ / 그러쿤 / 넹 / 그렇게 생각하시는군요
5. 유머러스하게 대답하기
- 우와 조선시대에서 오셨나봐요
ㅋㅋ아 이 다섯가지 방법, 너무 꿀팁이고 너무 웃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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