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앤서니 브라운 작가의 그림책 두 권,
<우리 엄마> 와 <고릴라> 를 매우 흥미롭게 읽고,
앤서니 브라운 작가에게 푹 빠졌다.
https://ejejlife.tistory.com/224
동화책임에도 불구하고 극사실적인 그림체 + 마냥 밝지만은 않은 이야기 +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다루는 주제가 한데 모여서 뿜어내는 매우 이질적인 느낌이 참 신선해서 그 이후로도 앤서니 브라운 작가의 그림책을 몇 권 더 읽어봤는데 보면 볼 수록 새로이 느끼는 점이 많아서 점점 더 빠져드는 중이다.
이번에 도서관에서 빌려본 책은 <우리 엄마>와 짝꿍과도 같은 <우리 아빠: My Dad>, 표지가 뭔가 으스스한 <숲속으로: Into the forest>, <터널> 그리고 제목부터 요상한 <돼지책>.
동화책이긴 하지만 단박에 이해되지 않을 정도로 해석의 여지가 많기도 했고 또 의미있는 내용이 많아서 기록 남겨본다.
아, 그 전에 그림책 이해를 돕기 위해
작가의 성장배경 부터 먼저 소개를..!!
앤서니 브라운에 대해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작가의 성장 배경을 알고나니 왜 이런 그림책이 탄생하게 됐는지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앤서니 브라운
Anthony Browne
(좌)그림 그리고 있는 앤서니 브라운, 1953 /
(우) 앤서니 브라운 가족, 1951
앤서니 브라운은 1946년 영국 요크셔 셰필드의 중하층민 가정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군인 출신 아버지는 전쟁 후 허름한 선술집을 운영했는데, 예술에 관심이 많은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작가는 어릴 때 부터 그림을 그렸고,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리즈 예술대학에 입학해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했다.
(좌,중) 고릴라 / (우) 돼지책
대학을 졸업할 17살 즈음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죽음은 작가에게 큰 영향을 주게 되는데, 집에서 전기 플러그를 만지다 갑작스럽게 끔찍한 심장마비로 사망을 하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목격한 작가는 큰 충격을 안게 되어 이후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책 이야기 속에는 아버지가 없거나, 아버지의 성격, 행동들이 부정적으로 표현되는 그림책이 많이 등장하기도 했고, 또 그와 동시에 아버지와 닮은 동물인 고릴라에게 애정을 투사해 강인하지만 부드럽고 섬세한 등장인물로 표현하기도 했다고 한다.
(좌)Liver operation, 1970 / (중,우) Greetings card design
앤서니 브라운은 예술학교를 졸업한 뒤 3년간 맨체스터 왕립병원에서 의학 전문화가로 일했고, 그 후에는 학교에서 파트타임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으며, 15년간 카드 디자이너로 일하기도 했다.
앤서니 브라운이 일을 하며 겪은 경험들이 세밀한 사실 표현이나 다양한 화풍을 익히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하는데 실제로 작가의 그림책을 보면 매우 사실적이면서도 동화적인 느낌이 많이 나는걸 느낄 수 있다.
(좌) 고릴라 / (우) 동물원
그 후 앤서니 브라운은 친구의 권유로 그림책 삽화를 그리게 되었는데 《고릴라: Gorilla》(1983) 를 출판하며 스타작가가 되었으며, 《동물원: zoo》(1992) 으로 두 차례 영국의 권위있는 그림책상을 수상했고, 2000년에는 그림책 작가로서는 최고의 영예인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나는 아래의 인터뷰 기사나 사이트에서
작가의 성장배경을 찾아보며 참고했었는데👇🏻👇🏻
- 중앙일보 앤서니 브라운 작가 인터뷰 : https://www.joongang.co.kr/article/6013123#home
[j Story] 한국서 특별한 인기 … 세계적 그림책 작가, 앤서니 브라운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다. 이야기 솜씨도 그림 못지 않았다. 아버지가 운영하는 허름한 펍에서 소년은 밤마다 손님들에게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그림도 곁들였다. 그의 상상 속 수퍼 영웅들이 종종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 앤서니 브라운(65)은 “다섯 살 무렵부터였던
www.joongang.co.kr
- 미국엄마 네이버카페 : https://cafe.naver.com/migookeomma/172
앤서니 브라운 작가님, 왜 유명한거죠 ? ( 작가님의 성장배경과 원서들, 함께 파헤쳐 보아요!)
Anthony Browne Biography 앤서니 브라운 전기 Anthony Browne (1946 - ?) Anthony Browne 작가님은 1946 년에 영국 요...
cafe.naver.com
- 그림책박물관 홈페이지 : 앤서니 브라운 나의 상상 미술관
♡♡그림책 박물관♡♡
조회수 4181 l 좋아요 1 앤서니 브라운 나의 상상 미술관 그림작가 앤서니 브라운(Anthony Browne) / 조 브라운 글작가 앤서니 브라운 / 조 브라운 번역 홍연미 페이지 238 쪽 출판사 웅진주니어 발행일 2011-04-25 2011-04-25 미디어리뷰 / 독자리뷰 쓰기 한줄댓글 쓰기 자세히보기 작가정보 미디어리뷰 / 독자리뷰 (0) 한줄댓글 (0) 책 내용 원서 : PLAYING THE SHAPE GAME (2011) 안데르센상 수상에 빛나는 영국 최고의 그림작가, 앤서니 브라운! 그가 말하는 자신의 그림 읽는...
picturebook-museum.com
- 앤서니 브라운 홈페이지 About me : http://www.anthonybrownebooks.com/about
About me — Anthony Browne Books
Anthony Browne is one of the world's most celebrated creators of picture books, with classics such as Gorilla, Voices in the Park, Willy the Wimp and Zoo to his name. View this page to learn more about Anthony Browne's life in picture books.
www.anthonybrownebooks.com
그러다가..!
2011년에 앤서니 브라운이 자신의 아들 조 브라운과 함께 자신의 삶, 그림책 작가가 되기 까지의 과정, 자신의 그림 읽는 법, 책에 숨겨진 이야기 등등 자신의 모든 것을 담은 책 <앤서니 브라운 나의 상상 미술관> 을 출판한 것을 알게 되었다..!!
한발 늦게 이 책도 빌려서 열심히 읽는 중인데 정말 이 책 한 권이면 앤서니 브라운 완벽 이해가 가능할 정도로 너무 멋진 자서전이었다.
우리 엄마, 우리 아빠
My Mum(2005), My Dad(2000) / Anthony Browne
내가 엄마라 그런가 <우리 엄마>를 너무 감명깊게 읽고 바로 이어 읽은 <우리 아빠>.
그런데 뭔가 엄마와 아빠와의 온도차가 느껴졌다 -.-
책 전반적으로 엄마는 이렇게 사랑을 주는 편안한 존재로 그려진 반면
아빠는 감성적인 부분이 거의 없고 신체적 능력이 뛰어난 것 만을 강조한 느낌?
우리 아빠는 잘 달리고, 말처럼 많이 먹고, 댄서처럼 춤을 잘 추고, 성악가처럼 노래를 잘 하고..
앤서니 브라운의 마음 속에 있는 아버지의 이미지가 어떤지 살짝 엿볼 수 있는 책이었다.
돼지책
Piggybook (1986) / Anthony Browne
<돼지책>은 가족 구성원의 문제를 다뤘다는 부분에서 <고릴라>를 읽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아주 중요한' 학교와 '아주 중요한' 회사에서 돌아와 밥달라고 외치는 아버지와 아들들
그리고 가족들의 식사를 다 챙긴 후에야 청소를 하고 빨래를 하고 자신의 먹을 것을 만들어먹고 일을 하러 나가는 엄마. 1986년도에 만들어진 책이라고 믿기 어려웠다.
결국 엄마는 떠나버렸고
집 안에 남은 세 돼지의 운명은..?
생각할거리를 많이 주는 책이었는데 다 읽고 나서도 뭔가 기분이 개운하진 않았다. 어서 앤서니 브라운의 작품 해설이 모두 들어있는 <나의 상상 미술관>을 읽어봐야겠다. 작가가 어떤 생각을 하며 이 그림책을 만들었는지 궁금..ㅎ
숲속으로
The Tunnel(1989) / Anthony Browne
가장 흥미로웠던 책 드디어 등장!!
사실 <숲속으로>를 읽고 앤서니 브라운에 대해 😨!?!?!?!??? 이런 기분이 들어서 이 작가에 대해 더 찾아보게 된 것이었다.
숲속으로. 영어 제목은 Into the forest.
표지 그림을 보면 흑백으로 그려진 울창하고도 음산한 느낌이 드는 숲 속을 한 아이가 걸어 들어가고 있다.
무서운 소리에 잠이 깬 아이. 다음 날 일어나보니 아빠는 없고 엄마에게 물으니 엄마도 모른다고 한다.
엄마의 표정이나, 아빠를 무작정 그리워하는 아이의 감정이 잘 이해가지 않았는데, 갑자기 또 엄마는 아이에게 바구니 하나를 전해주며 아픈 할머니에게 케익을 갖다주라고 한다.
심지어 할머니네 집에 가는 길은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멀리 돌아가는 긴 길이고 다른 하나는 짧지만 숲을 통과하는 길이다. 엄마는 멀리 돌아가는 긴 길로 가라고 당부하지만 여타 많은 전래동화의 주인공처럼 소년은 짧지만 숲을 통과해야하는 길을 택한다.
음산하고 무서운 숲을 통과하며 아이는 세 등장인물을 만나는데 이들과 나누는 대화가 너무 섬뜩(?)했고 우리 4살 첫째는 무슨 공포영화 보듯 나한테 꼭 안겨서 이 책을 보았다. 너무 무섭다고.. 나도 대체 왜 이렇게까지 무시무시한 느낌을 연출했는지 궁금.
(우) 헨젤과그레텔(1981)
나중에 알게된 사실인데 처음 만난 소년은 <잭과 콩나무>의 잭, 두 번째 만난 소녀는 <세 마리 곰과 금발 소녀>의 소녀(의 유령?), 마지막으로 만난 오누이는 <헨젤과 그레텔> 이었다.
심지어 헨젤과 그레텔은 앤서니 브라운 작가가 그림에 참여했던 책과 같은 느낌의 일러스트를 사용했다. 오른쪽 컬러풀 표지가 앤서니 브라운 작 <헨젤과 그레텔>.
그리고 더 신비로웠던건 숲 속에서 만나는 세 등장인물 그림에는 다양한 전래동화 그림들이 숨겨져 있었는데, 흑백 그림을 잘 살펴보면 도깨비 방망이, 잭의 콩나무, 과자집, 라푼젤의 머리카락, 빵조각을 먹는 새 등등.. 을 찾을 수 있다.
마지막에는 주인공 소년이 숲 속에서 추위를 느끼다가 빨간 코트를 발견하고 입는데, 당연하게도(?) 뭔가에 쫓기는 기분이 들어 무서워 달리기 시작한다.
그림을 잘 살펴보면 잠자는 숲속의 공주에 나오는 물레도 있고 호박도 있고 여러가지 유명한 이야기 속 소품들이 많이 그려져있다. 빨간 코트 뒤에는 소년을 노리는 늑대 그림자도 있고.
이걸 초등학생 아이들과 함께 원서 읽기를 하면 참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니나다를까 구글링 해보니 <Into the Forest> guide 도 있었다.
아직 자세히는 안 읽어봤는데 나중에 애들이랑 함께 독후활동할 용으로 찬찬히 읽어봐야겠다.
무튼 그렇게 소년은 결국 할머니 집에 다다르고, 똑똑 노크하며 할머니를 불러보지만 안에서는 다른 낯선 목소리가 집으로 들어오라고 한다.
이 소년은 결국 어떻게 되었을까?
집 안에는 누가 있었던 걸까?
앤서니 브라운이 직접 말하는 이 동화책의 해설을 읽긴 했는데 여전히 확실히 안 풀리는 의문이 있기도 하다.
터널
Into the Forest(2004) / Anthony Browne
그렇게 아이와 함께 <숲속으로>를 읽고 나서 이 그림책에 대해, 작가에 대해 이해가 잘 가지 않아 스토리 배경을 더 찾아봤는데,
앤서니 브라운의 <나의 상상 미술관> 책에서 작가가 직접 말하길, <숲속으로>의 아이디어를 처음 떠올린 것은 그림책 <터널>을 만들고 있을 때였고, 비슷했던 두 이야기를 정리해서 먼저 출판한 것이 <터널>이라고 한다. 그러다 나중에 덴마크에 있는 숲이 울창한 휴양소에서 다른 그림책을 구상하던 도중 <숲속으로>의 아이디어가 불현듯 다시 떠올랐고 이를 만든 것이 <숲속으로> 라고.
<숲속으로>는 <터널>의 변형이고, 오히려 숲의 일러스트레이션 일부는 일부러 <터널>과 매우 유사하게 그렸다는 작가의 설명을 보고 두 책을 함께 읽어야 더 의미가 있을 것 같아서 <터널>을 서둘러 읽어보았다.
숲속으로와 비슷한 분위기, 역시나 등장하는 빨간 옷, 그리고 다양하게 차용된 전래동화.
앤서니 브라운은 스토리를 구상하는 능력도 좋지만 이를 그림으로 표현하고 그 안에 다양한 요소들을 심어 상상력을 부추기는 힘이 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ㅡ
애보다 어른이 더 재밌는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책.
책을 여러권 읽다보니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책들은 어떤 갈래에 따라 구분을 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면..
1) 그림, 미술관, 상상력을 주제로 한 책들
2) 가족을 주제로 한 책들
3) 고릴라 윌리가 주인공인 책 들
이런 식으로..
히가시노 게이고 처럼 새 책을 마구 쏟아내는 작가가 아니니까 작가의 책을 이렇게 비슷한 부류로 한데 묶어서 정리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언제 한 번 해 볼 수 있으려나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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