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때가 있었다. 지금이 인생의 전부라 생각되던 때.
눈 앞에 벌어지는 일을 감당하지 못해서 차마 그런 일들이 여러 번 반복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던 날들... 인생 최대의 전환점이라고 생각되는 순간들은 그 후에도 몇 번이나 더 일어나고, 나에겐 전부였던 것들이 시간이 흘러 하찮은 것으로 변해간다는걸 그 때는 몰랐다.
나에게 있어서는 이런 일들을 이해하는 것이 바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었다.
이 영화는 아직 성장하지 못한 고등학생들의 이야기이다. 공부도 잘하고 농구도 잘하는 같은 반 남자아이와 손뼉만 마주쳐도 너무 좋아 쓰러질 것 같고, 친구랑 교실에 숨어 비누방울을 불고, 예쁜 양호선생님을 질투하기도 하고, 도쿄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하려는 남자친구를 못 가게 붙잡을 수도 있는 풋풋하고 철 없는 나이.
영화를 보고있으니 일본 아이들이 정말 부러웠다. 한국과는 다르게 고등학교 2년 반 동안 내내 동아리 활동을 하고, 고3 여름부터 수험공부를 시작해서 겨울에 본 수능 성적으로도 일본 7대 제국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환경이 되는 일본의 청춘은 한국과는 참 다르다.
나의 고등학교 시절이었을 청춘을 떠올려보면 겨우 생각나는건 떡볶이나 독서실, 집에 가는 길에 잠깐 하는 산책, 학교 개방도서관 정도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생이 되고 나서도 여전히 친구들과 청춘을 쫓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일본의 대학생들은 겉보기에는 꼭 어린애같지만 막상 이야기를 해 보면 처음에 느꼈던 까불까불한 느낌은 사라지고 매우 진지하게 미래를 생각하고, 혼자서 돈을 벌고 생활을 꾸려나가는 어른스러운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어서 놀라웠다. 얘네들은 이미 고등학교 때 청춘을 충분히 즐겼기 때문에 이제는 미래를 생각하고 앞으로 쭉쭉 나아갈 수 있는건 아닐까.
고등학교 학원물에는 빼놓지않고 등장하던 나리미야 히로키가 이젠 선생으로 나온다. 예전에 대세였던 나리미야, 사쿠라이, 야마삐의 시대는 지나가고 이젠 오카다 마사키와 같은 젊은 배우들로 세대교체가 되었다.
예전에 인기있는 고등학생 역할을 보면 항상 반항심 가득하고 눈빛은 날카로운 이미지 였는데, 요즘 드라마나 영화에서 인기있는 고등학생은 적당히 어리버리하고 순진하고, 여자친구를 위해 지망 대학까지 바꿀 수 있는 그런 성격인가보다. 왠지 일본 드라마의 한국화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일본도 자상한 남자가 대세가 되는거다..ㅋㅋㅋ
_2010.07.06 에 쓴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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